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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병원 내과 인턴 생활

정혜원 2009.03.09 20:40
다른 힘든 병원, 힘든 과 도는 친구들에게는 혹시 미안한 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사를 앞둔 제주대학교병원에서 나름 '빡쎈' 과가 응급실, 내과, 정형외과 정도인데, 내과 생활에 대해 잠깐 쓸까 한다.

먼저 당직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올해 들어온 인턴이 10명이지만, 1명은 공보의라 5월에 들어올 거라서 현재 9명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응급실에 배치된 3명을 제외한 6명이 과에 상관없이 2명씩 당직을 돌아가며 서야 해서 '퐁퐁당' 꼴로 당직이 돌아온다. A당은 2, 3, 4, 5병동과 응급실 (ER), 인공신장센터를 맡고, B당은 중환자실 (ICU), 신3을 담당해야 하는데 (신관, 구관을 기준으로 나눈 거 같다) 새 병원으로 가면 아마도 시스템이 많이 달라질 듯 하다. 아직은 미정이지만...






다시 내과로 돌아가 보면,

당직 보고 준비

아침 7시까지는 출근해야 하고, 7시 30분에 있을 당직 보고를 위해 심전도 결과를 스캔하고 강당의 컴퓨터, 프로젝터 뿐만 아니라 마이크, 벽시계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놓아야 한다. 벽시계까지...


교수님 회진 및 시술 동의 받기

당직 보고가 끝나면 교수님 회진을 따라 돌아야 하고, 중간에 콜이 오면 급한 경우 콜에 응해야 하고, 응급실로 가서 그날 있을 관상동맥조영술 (CAG, Coronary Angiography) 환자들의 시술 동의 (permission) 받기와 제모 (shaving)를 해야 한다.


병동 드레싱 및 콜 처리

그리고 그날 해야 할 5병동 (총 환자수 45~60명)의 드레싱 (dressing) 목록대로 드레싱을 '언능' 마쳐야 한다.

C형 간염 (HCV)에 간암 (HCC) 말기인 환자분이 계신데, 욕창 (sore)이 손바닥만하게 (내 손바닥이 조금 넓다) 3군데가 있고, C-line에 cystostomy까지 드레싱을 하려고 치면 H2O2 볼, 베타딘 볼, 메드레스, 거즈 등이 '이빠이' 필요하고 시간은 한 분에게만 40분이 걸린다. 왠지 그 분 드레싱 마치면 큰 숙제를 한 듯한 느낌... 허리 엄청 아프다. 욕창은 조금씩 좋아지는 거 같은데, 컨디션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지금 혼수 상태인데, 오늘 내일 하고 계신 상황... 에구...

드레싱 목록에는 욕창 뿐만 아니라, PICC (Peripherally Inserted Central Catheter), C-line (Central Venous Catheter), PTBD (Percutaneous Transhepatic Biliary Drainage, 경피적 경간 담즙 배액술), PCD, CAPD 등의 드레싱과 PTBD의 세척 (irrigation), 그 외 잡다한 상처 소독, 생검 부위 (biopsy site) 소독 등이 있고, b.i.d., t.i.d.도 있어서 오전 중에 마쳐야만 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것들을 잡다한 콜 (permission taking, ABGA sampling, blood culture, Foley catheterization, enema, chemoport insertion & removal, dialysis line stitch out, paracentesis, thoracentesis, L-tube insertion & removal, C-line tip culture, EKG, femoral sheath removal & compression  등등...)을 받으면서 하게 되면 아휴... 정말 정신 없는 오전 일과...

교수님 회진이라도 늦게 끝나는 날은 정말 죽음... 그래서 회진 돌다가 콜 오면 급한 거 아니라도 슬쩍 빠져나가서 그날의 정규일을 하는 쎈쓰가 필요하다.


전공의 점심 식사 예약

오전 일과는 11시 30분까지 끝내야 한다, 왜냐하면 내과 전공의들 점심 식사 예약 (arrange)을 해야 해서. 일일이 내과 전공의들한테 전화해야 하고...


다시 병동 드레싱 및 콜 처리

12시쯤 점심 식사 시작해서 1시면 오후 일과를 시작해야 한다. t.i.d. dressing하면서 역시 잡다한 콜에 응하기...






지금 본격적으로 일한지 10일 정도 된 거 같은데 일하면서 점심 시간 이외에 15초 이상 앉아보질 못했다. 그러니 70킬로그램 넘는 임산부 몸을 받치고 있는 내 다리와 발은 pitting edema와 멍 소견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만 하고 집에 가서 좀 쉬면 좋은데 당직이라도 서게 되면 아휴...  집에 오면 아이랑 놀아 주는 건 꿈도 못꾸고 밥도 겨우 겨우 먹고 쭈욱~~~~~ ABR (Absolute Bed Rest)...

병원 이사 날짜가 다가오고 있어서 시설이나 물품들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이사 가게 되면 우리 인턴들은 인턴 당직실에 있는 침대와 매트리스를 이사 가는 중에 트럭에서 던져버릴 계획을 짜고 있다? 여자 당직실 샤워장엔 전등도 안 들어오고...

산부인과 (OBGYN) 인턴은 ABR로 sore가 생길 정도라는데, 나름 '빡쎈' 내과 인턴 생활은 이렇다. 새 병원 가면 환자 수 더 늘어나서 더더욱 바빠질텐데... 걱정이 앞선다. 다행히 나의 내과 인턴 생활의 1/3은 이사가느라고 좀 한가할 듯 한데, 다음 내과 턴들은 좀 더 많이 힘들 게야.

여기보다 훠얼씬 '빡쎈' 곳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동기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마음을 느끼며 몇자 끄적여 봤다.

다들 잘 견디길 바라며... 화이팅~~~

Chung Hyewon Dot Com
3 Comments
  • ㅋㅋ 2009.07.26 09:24 신고 어디 병원이든 인턴잡은 쌤쌤이네요 ㅋㅋㅋㅋ 항상 느끼는거지만 점심 시킬때가 가장 어려워요~ 특히 외과계열 선생님들은 매번 근처에서 몇년째 시킨것만 드시다 보니까...... 맨날 똑같다고 소리치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저같은 경우에는 OS 돌때 갑자기 선생님이 점심을 "야 인턴 니 먹고 싶은거 시켜" 했다가 (제가 죽을 좋아라 해서 죽을 시켰더니)
    수저를 냅다 집어던지시면서

    "너 죽을래" 하시고 나가시면서 니나 다 처먹어 해서
    맛있게 혼자 먹었더래죠 ㅋㅋㅋㅋ

    빨리 노예생활에서 벗어나고싶은 생각뿐이죠 ㅋㅋㅋㅋ
  • 간호사 2011.05.01 19:44 신고 ㅎㅎㅎ 선생님 글 잘 읽고가요.
  • ^.^ 2011.05.24 23:06 신고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는 것 같아요~
    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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